유학생활 5년째 돌입하면서 듣도 보도 못한 SOL이라는게 내 인생에 들어왔는데, 이게 불과 어제까지만 해도 캄캄히 안보였던 내 3개월 후의 모습을 대충 윤곽을 잡아준다. 리스트에서 400몇개에서 100몇개로 다 빼버리고 IELTS 점수 다 높여서 밤에 잘 돌아다니지도 않는 경선언니, 동열오빠 새벽12시에 우리집에 방문해서 백분토론 하게 만들어주고. 호주 international 없으면 경제공황일텐데 무슨생각으로 자꾸 우리를 쫓아내려는건지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나도 무슨수를 쓰지 않으면 9월달엔 한국에서 아빠한테 영어실력, 사회적 능력, 24살 불완전한 정신상태 죄다 발가벗겨 까발려지겠네. 왠지 느낌상 나 지금 한국 갈때 안됐는데 왜 자꾸 사회는 날 부르는거야..그 손짓 저리 집어치워...
timing이라는거 피해보고 외면도 해봤는데 참 무섭다.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잘 실감은 안나는데 그게 내마음대로 되는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아 그런건가 하고 직면 한다고 또 고대로 가는 것도 아니고. 아 그 timing이라는게 참 이랫다가 저랫다가 왔다갔다 잘한다.
아마 지금 최우선은 비자연장을 받는 걸 테고, 안그랬다간 또 불법체류자로 공항에서 걸려서 -무지한 호주 유학생 박모양, 비자 끊긴지 모르고 있다가 출국날 잡혀- 뭐 이런 인터넷 기사 뜨면 이런 나라도 조금은 부끄러울 테니까, 그 다음은 졸업인가. 아 졸업이 우선인가. 그 다음은 뭐지. 목표 상실이다. 원래 내 계획은 8월에 유럽에 가는거였는데 쭈니 미국행에 졸업비자신청에 이래저래 돈들게 많아서 마음을 제대로 접었었는데 이대로 뭔가 방법이 안나오게 되면 유럽이라도 꼭 가야겠다. 그래. 4개월 뒤에는 유럽에 있을지도 모르겠구나. choice가 하나 더 늘었군. 그 다음 목표는 유럽으로 정해야하나.
나 아직 멜번생활 접을때가 안된것 같은데. 이러다 눈 떠보니 비행기 안이고 정신 차리고 보니 한국집이겠다. 나 아직 사회 나갈때가 안된것 같은데. 이러다 눈 떠보니 토익시험장이고 정신 차리고 보니 한국사회생활에 찌들어 있겠네. 나는 참 이성적으로나 감성적으로나 준비가 덜 됐구나 싶네. 아 늙기싫어. 아 때묻기 싫어..
Q가 꽃병을 보냈다는데 왜 안왔지.
왜 항상 이따위지 호주는...
마지막 시험 한달도 안남았네.
아 공부하기 싫어.
아 졸업하긴 더 싫어.
아 사회나가긴 더더욱 싫어..
아 이때가 참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