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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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흘러가는지 나이가 먹어가는지 비자가 끝나가는지 앞으로 어떻게 될런지 전혀 모르고 살던 난데, 요즘 세상은 개개인 한사람 한사람한테 주는 것도 없이 바라는 것만 너무 많네. 동열 오빠 말대로 자칭 태어날때부터 국제적 한량이지만 눈물 젖은 밥을 좀 먹어서 재수 옴!까지는 아니고 포이트 점만큼 재수 옴. 정도만 붙은 애라서 나한테까지 저 한없이 바라기만 하는 것들이 늘러붙었네. 기도고 심장이고 뇌고 가릴것없이 여기저기에 덕지덕지 붙어서 떨어지지도 않아 쟤들은.


유학생활 5년째 돌입하면서 듣도 보도 못한 SOL이라는게 내 인생에 들어왔는데, 이게 불과 어제까지만 해도 캄캄히 안보였던 내 3개월 후의 모습을 대충 윤곽을 잡아준다. 리스트에서 400몇개에서 100몇개로 다 빼버리고 IELTS 점수 다 높여서 밤에 잘 돌아다니지도 않는 경선언니, 동열오빠 새벽12시에 우리집에 방문해서 백분토론 하게 만들어주고. 호주 international 없으면 경제공황일텐데 무슨생각으로 자꾸 우리를 쫓아내려는건지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나도 무슨수를 쓰지 않으면 9월달엔 한국에서 아빠한테 영어실력, 사회적 능력, 24살 불완전한 정신상태 죄다 발가벗겨 까발려지겠네. 왠지 느낌상 나 지금 한국 갈때 안됐는데 왜 자꾸 사회는 날 부르는거야..그 손짓 저리 집어치워...


timing이라는거 피해보고 외면도 해봤는데 참 무섭다.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잘 실감은 안나는데 그게 내마음대로 되는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아 그런건가 하고 직면 한다고 또 고대로 가는 것도 아니고. 아 그 timing이라는게 참 이랫다가 저랫다가 왔다갔다 잘한다.


아마 지금 최우선은 비자연장을 받는 걸 테고, 안그랬다간 또 불법체류자로 공항에서 걸려서 -무지한 호주 유학생 박모양, 비자 끊긴지 모르고 있다가 출국날 잡혀- 뭐 이런 인터넷 기사 뜨면 이런 나라도 조금은 부끄러울 테니까, 그 다음은 졸업인가. 아 졸업이 우선인가. 그 다음은 뭐지. 목표 상실이다. 원래 내 계획은 8월에 유럽에 가는거였는데 쭈니 미국행에 졸업비자신청에 이래저래 돈들게 많아서 마음을 제대로 접었었는데 이대로 뭔가 방법이 안나오게 되면 유럽이라도 꼭 가야겠다. 그래. 4개월 뒤에는 유럽에 있을지도 모르겠구나. choice가 하나 더 늘었군. 그 다음 목표는 유럽으로 정해야하나.


나 아직 멜번생활 접을때가 안된것 같은데. 이러다 눈 떠보니 비행기 안이고 정신 차리고 보니 한국집이겠다. 나 아직 사회 나갈때가 안된것 같은데. 이러다 눈 떠보니 토익시험장이고 정신 차리고 보니 한국사회생활에 찌들어 있겠네. 나는 참 이성적으로나 감성적으로나 준비가 덜 됐구나 싶네. 아 늙기싫어. 아 때묻기 싫어..



Q가 꽃병을 보냈다는데 왜 안왔지. 
왜 항상 이따위지 호주는...


마지막 시험 한달도 안남았네. 
아 공부하기 싫어.
아 졸업하긴 더 싫어. 
아 사회나가긴 더더욱 싫어..




아 이때가 참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