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12.10

소풍

내가 어렸을 때, 아마 초등학교 일 이년, 그러니까 90년대 초반까지 학교 임원들의 엄마들이 소풍이나 학교 행사가 있을 때 마다 선생님들의 도시락이나 간식 따위를 챙기는 것이 통상적인 일이였다.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참 웃기는 일이지만 실제로 엄마들은 선생님 도시락을 참 좋은 것 들로만 채워서 행사일 아침에 아이의 손에 넘겨줬던것같다. 아마 우리엄마는 딸이 나뿐이였다면 그런걸 하지는 않았겠지. 근데 이건 내 이야기가 아니라 공부를 잘했던 쭈니 이야기. 기억을 더듬어보면 쭈니는 음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고등학교 3학년까지 12년동안 한번도 임원을 안한적이 없었던 것 같다(한두번은 안했을 수도 있겠다). 덕분에 엄마는 언니 초등학교의 행사일마다 도시락을 쌌고 나는 옆에서 숨도 안쉬고 육포를 집어먹었지. 그리고 럭키하게 우리반 담임 선생님도 도시락을 겟 하셨던것 같은데 덤으로다가. 아무튼 이건 도시락 얘기도 아니고 쭈니 얘기도 아니고 나 공부안했어 라고 고백하는 얘기도 아니고- 지금 주마다 하는 구역예배를 집에서 하고 있는데 낯설은 사람들이 집에 오면 방 밖으로 전혀 안 나가는 나는 두시간째 방에 쳐박혀 있는 중인데- 밖에서 잔잔히 들려오는 아줌마들의 이야기 소리때문에 (게다가 점심이라고 김밥까지 줬음) 갑자기 어렸을 때 소풍 가기 전날 같은 기분이 들었다는 그런 어렵고도 복잡하고도 더럽게 빙글빙글 돌려 말한 이야기.

소풍가고싶다.